제가 신학교에 다니던 시절, 전례 집전 수업에서 성적의 일부는 이 복음 말씀을 실제로 선포하는 것이었습니다. 곧 미사를 어떻게 집전하는지를 배우는 수업이었는데, 이 복음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의 발음을 정확히 하는 것이 평가 대상이었습니다. 저는 이 점이 바로 이 복음 대목이 지니는 독특함과 낯설음을 잘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들, 그리고 성경의 다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낯선 이름들이 길게 나열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성경 말씀 안에 담긴 기쁜 소식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하느님께서 참으로 인간 본성을 취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한 가족에 속하고, 한 민족과 한 역사 안에 속하며, 공동체 안에 깊이 뿌리내리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가족과 공동체와 민족 안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교회 교부들 사이에는 강생의 신비를 성찰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되었던 한 격언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취하지 않은 것은 구원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는 곧, 성자께서 강생하실 때 인간 본성의 어떤 부분을 취하지 않으셨다면, 그 부분은 구원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복음 말씀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인간 본성을 어떤 추상적이거나 영적인 방식으로만 구원하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께 주어진 구체적인 인간 본성, 곧 이스라엘의 한 자녀로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다윗의 가문에서 태어난 인간 본성을 그대로 취하시어 구원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시아버지 유다를 속여 아이를 잉태했던 타마르의 후손이시며, 이방인이어서 히브리인과의 혼인이 허락되지 않았던 모압 여인 룻의 후손이시기도 합니다. 또한 자신의 아들을 우상 신들에게 바쳤던 므나쎄 임금의 후손이시기도 합니다.
그분께서는 바빌론 유배를 견디어 낸 다윗 가문의 후손으로서, 이스라엘로 귀환한 뒤 나자렛에 정착한 가계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충실함을 지키며, 이스라엘의 구원을 인내로 기다려 온 가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강생의 신비 안에서 아담으로부터 이어져 온 온 인류의 역사를 당신 안에 받아들이셨고, 그러므로 그 모든 역사를 구원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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